1991년이 내가 처음 와 본 제주.
그 때도 버스는 타보지 못했었다.
제주버스를 타보자!

밤 새 내린 눈에 미끄러운 도로,

핀*드님으로부터 추천 받은 삼일식당,
버스 두번 타고 1시간 반 가까이 왔는데,
핀란* 님 추천이라 단 1의 의심도 없이 왔다.
맛 있다 ㅋ
다진 마늘 다대기
멸치속젓
그리고 신선한 선지와 고기
선지해장국의 끝을 보여주는 가게다.
고추는 제법 매우니 조심하시라~


맛집의 기본.
먼가 좀 허름하다. 인테리어 안해놔도 손님이 몰림.
해장국 한그릇에 밥을 두공기나 먹었다.
오랜만의 포식,
밥 하나는 해장국이, 다른 하나는 멸치속젓이 맡았다.
운전을 안해도 되니, 반주는 자동이다.
소주 2잔의 행복?
조금만 천천히 살면 이리 행복해질 수 있는데…
걸어보자.
한림항


몇 일 출어를 못 했는지,
눈 오는 와중에도 분주히 그물 정리하는 어부들



바람 세고 눈 까지 오니,
새들도 날개를 잠시 접고 쉰다.
저 멀리 중산간에 눈 쌓인 걸 보니 산 근처는 얼씬도 말아야겠다.
이틀 내내 구름이 한라산을 가린 건 처음 본다.
내일 비행기는 뜰 수 있겠지?
자 내일은 내일이고 일단 또 걸어보자.
눈보라와 비바람이 귀를 에린다.
비니 챙겨오길 잘 했다.

가끔씩 비치는 태양,
그래도 구름은 빠르다.
바람도 아직 거세다.


이렇게 걸으니 6천보…
춥고 다리도 아프다.
바닷가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며 시계를 보니
어느덧 두시간이 흘렀다.
이제 점심 먹을 차례 인가?
핀.. 님께서 추천해주신 두번째 해장집,
서귀포의 이가곰탕으로 출발

국물은 말해 뭐해
한우양짓고기는 차고 넘친다.
밥 없어도 배부를 만한 양이다.
배추김치, 열무김치, 제주갓김치
김치 3종 세트와 나머지 반찬들이
너무 맛 있다.
이번엔 막걸리루다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지명 아닐까…
난드르,
숙소와서 찾아보니
‘마을에서 떨어진 넓은 들’ 이란다.

난드르

제주 남쪽 바다는
빛이 내린다.

대포포구,
거래처에 잠시 들르니
하늘이 다른 빛으로 물든다.


다시 제주행,
핸드폰 배터리도 다 됐다.
버스 검색 어쩔 ㅜㅜ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정류장이 보인다.
리무진 버스,
사람 하나 없는 정류장인데
진짜 버스 오려나? 하는 순간 오고 있다.
600번,
누군가 나를 내려다 보며 도와 주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제주시로…

넌 생각이 너무 많아!
앉자마자
정곡을 찔렸다.
큰 그림을 그려야하고,
숲 전체를 볼 줄 알아야하고,
멀리 생각해야하고,
아아…
아니다.
작은 그림 그리며 살고
숲 전체 다 볼 필요없이,
그 숲에 떨어진 작은 솔방울 하나, 꽃 한송이, 새 소리와 함께 공감하며 사는게 더 좋은 걸…
그냥 한 두번만 생각해도
되는데…
우린 왜 이리도
많은 걸 생각하고,
어깨 한 가득 무거움을 짊어지고,
돌다리도 계속 두드려보며 건너야 하는지…




맛있다.
걷고 먹고 마시고…
이게 오늘 내내 내가 제주에서 한 것들,
그러고 보니 제주 와서,
맛 집 검색을 한번도 안했다.
그런거 안해도 되는구나…
그런거 안하니 이리 편한 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