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RRS feat.레인지로버스포츠

RRS 레인지로버 스포츠 HSE SDV6

2019년 5월에 출고해서 오늘 그러니까 2025년 10월 15일 까지 6년 5개월 동안 나의 소중한 벗이 되주었던 친구다. 친구라하지만 이름도 없는 녀석이었네.

스물스물 별의별 추억이 다 떠오르는 것 보면 이 친구랑 정이 많이 들긴 했나보다. 그도 그럴것이 1992년에 면허 따고 생애 첫 차로 뽑은 갤로퍼 숏바디, 콩코드, 그리고 사업 한답시고 뽑은 카니발. 2002년에 유럽으로 건너가서는 어코드, 파사트, 파사트 웨건 W8, 메르세데스 C 클라스 그리고 E 클라스, 쉐보레 블레이저, 파사트 CC,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BMW 1시리즈까지 수 많은 차들을 몰아봤지만 5년 이상 함께한 차는 이 RRS 가 유일하다. 정말 친구같다.

이 친구가 출고된 2019년 5월엔 타이거슈가라는 브랜드의 강남역, 성신여대, 해운대, 남포동, 광주 충장로 등 여러 매장들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느라 첫 해 4만 킬로 가까이 주행을 했었고, 그 다음해에는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또 이래저래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사업이 망할 것 같아 여기저기 다니느라 대략 3만 킬로는 주행을 했던 것 같다.

내일 떠나는 이 친구의 총 주행거리가 17만 킬로에 육박한걸 보면 정말 나의 튼튼한 다리가 되주었을 뿐 아니라 힘들고 바쁜 시기에 때로는 흥겨운 사운드로 즐거움을, 또 때로는 잔잔한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곡으로 위안을 그리고 다른 차에서는 느끼기 힘든 멋진 주행능력에서 오는 희열과 승차감에서 오는 편안함을 내게 안겨주었다.

이 차의 기본 사양인 19개의 스피커와 우퍼에서 뿜어져나오는 영국제 MERIDIAN 스피커는 볼륨을 25% 이상 높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파워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무려 825W

힙팝, POP, 클래식 등 어떤 장르도 무리없이 소화한다. 아니 어찌보면 모빌리티 환경에서 귀호강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운드 시스템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유선 카플레이(안드로이드오토도 지원)는 알리에서 만원짜리 무선 동글을 구입하니 무선으로도 너무나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큼지막하고 상하 각도 조절이 되는 중앙 디스플레이나 하단 디스플레이 역시 부족함이 없었다. 2019년 식이지만 최근 트렌드인 넓고 선명한 3개의 디스플레이와 적절한 물리버튼들이 7-8년전 디자인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여러가지 첨단 기능 덕에 첫 해엔 에러가 좀 많았지만, 이 친구의 성능이 모든 것을 용서해주게 만들어주었다. 에어서스펜션, 차로이탈경보, 비상전화, 전방충돌경보, 어댑티브크루즈 컨트롤,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 자동개폐식 사이드스텝 등의 기능도 기능이지만 재규어랜드로버의 고객 응대와 기본 제공되는 서비스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타이어 교체를 제외하고, 5년간 주유비외의 비용이 단 1원도 지출되지 않았다. 5년 이후에는 엔진오일 2회 정도 주입한게 지출한 전부다.

성능, 디자인, 기능도 훌륭하지만, 고출력 V6 3000CC 디젤엔진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력함과 정숙성은 한동안 잊지 못 할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러고보니 깔맞춤하려고 휠을 다크그레이로 도색을 했구나.

내일이면 헤이딜러에서 이 친구를 데려간다. 다음 주인에게 좋은 모습으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실내외 세차도 깨끗이 하고, 배터리도 새로 교체했다. 최근에 몇 번 배터리 점프해서 시동을 건 적이 있는데, 배터리 교체 시기가 도래했음에도 그냥 보내는게 마음에 걸렸다. 사실 몇 주전에 파를 팔기로 마음 먹고나서 전문업체에 맡겨 광택을 내면서 대부분의 잔기스도 없앴으니 떠나보내는 마음이 홀가분하다. 더 이상 해줄게 없을 정도로…

이 친구를 보내고 내일 오후엔 이 친구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녀석인 테슬라 모델Y 주니퍼 롱레인지 신차가 출고 된다. 승차감도 사운드도 운전하는 재미도 거의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있지만, 아이폰 신형 모델로 바꾸는 것 같은 또 다른 설레임이 느껴진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전기차의 교과서와도 같은 친구와 지내며 익숙해져보자.

이제 내연기관 자동차는 환경이슈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이 친구가 마지막이지 싶다. Electric 버젼의 RRS 가 다음번에 나오게되면 떠나보내는 이 친구를 다시 맞이 하는 기분으로 선택하지 않을까…

안녕 내 친구 RRS, 2번째 친구도 너랑 친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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