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의 첫 날

21시간,

밤새 달린 기차가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직후였으니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키예브(현재 키이우로 표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 아무도 이렇게 안부른다. 폴란드는 키요브, 러시아는 키예프, 우크라이나에서는 키예브라 부름)에 처음 왔었던 해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땐 도쿄에 살 때라 도쿄 출발 파리 경유로 키예브로 왔고, 지금도 전쟁을 겪으며 낙후된 편이지만 그 땐 적지않이 충격이었다. 21세기 수도 공항의 모습,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전경, 시내로 들어오는 길거리 풍경이 상상했던 것 보다 너무나 열악했었기 때문이다.

21년이 지난 지금의 우크라이나는 당시 보다는 훨씬 발전되고 인프라, 삶의 질 등 여러면에서 유럽의 여느 나라들 못지 않게 훌륭히 성장해주었다.

대견하다 우크라이나!

Arriving to the kyiv railway station Arriving to the kyiv railway station

키예브역에 도착하면서 처음 눈에 띈게 ‘shelter’…

중간에 건축을 멈춘 건물들도 많고, ‘방공호’가 시내 곳곳에 있다. MZ 세대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최소한 내 세대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말이다.

방공호, 등화관제훈련, 야간통행금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때의 일이었다.

이 말도 안되는 일들을 지금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것이다.

13세기 몽골의 침략으로 초토화가 된 나라. 이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라로 부터 침략을 받았고, 지금도 그 역사가 러시아의 어느 한 정신병자에 의해 되풀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가장 중심지인 마이단 네잘레지노스티(Майдан Незалежності, 독립광장).
이 곳엔 대형 쇼핑몰을 비롯해 가장 트렌디한 상점과 음식점들이 가득하다. 딸램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며 아빠도 잘 먹을거야라며 르비우크로아상(Lviv Croissants) 으로 데려간다.

노천의 테이블도 인상 깊고, 맛은 예전에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먹었을 때의 딱 그 맛과 같이 인상 깊다. 브로츠와프에서 먹었을때는 설마 프랜차이즈일가 생각을 했는데, 딸램에게 물어보니 우크라이나 사람 전부 다 아는 유명한 크로아상 프랜차이즈란다. 르비우크로아상(Lviv Croissants)이 한국에도 있으면 좋겠다.

언제 또 맛 볼 수 있을지 몰라 숙소로 포장해온다.
포장지도 컵도 모두 감성 가득한 디자인이다.

키예브 시내의 낮은 이제 평온하다.

우리로 치면 포항, 여수같은 동네에서는 전쟁이 한창인데 1,000키로는 족히 떨어진 수도는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이다.

‘폭격 맞은 곳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왜 없지?’ 라고 물으니… ‘다 고쳤지!’

ㅋ 딸램의 대답이다.

이 모습을 보니 아련함이 크게 밀려온다.

수십만 현역장병을 보유한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굉장히 많이 본 장면이지만, 이 곳에서 보니 실감나게 와닿는다.

주변의 공유전기퀵보드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사랑해 우크라이나!

우리가 잠시 묵고 있는 숙소.

딸램 덕분에 너무나 안전하고 편한 숙소를 잡았다.

강남역 주위보다도 훨씬 편하다. 마트며 맛집, 패스트푸드 등 주위에 널려있고 집 내부에 없는게 없어서 오자마자 묵힌 빨래부터 해서 널어놓았다.

자기 홈코트에 오니 한층 멋을 낸다.

저녁 식사 하러 나오는대도 가죽 자켓을 걸쳐주는 멋쟁이 ㅋ

아름다운 독립광장의 야경.

XF18-55번들렌즈에 챙겨 온 호야 블랙미스트 필터 껴서 촬영해본다.

아침을 맞은 독립광장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돌아다니며 경계를 서고 있다. 이들도 커피는 못참는지 모닝커피 테이크어웨이 해간다.

문득 이게 전시 군인들에게는 유료일까 무료일까 궁금해졌다.

약 3년 동안의 코로나의 고통에 이어 바로 찾아온 우크라이나 전쟁. 아직도 끝이 안 보이는 이 고통을 맞고 있는 우크라이나.

너희 굴곡진 역사처럼 부디 조금만 더 힘내서 버텨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T3, XF18-55

라이트룸 보정

* 우크라이나 입국 관련,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를 받고 입국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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