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바쁠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지난 보름이었다.
줄 곧 하던 일도 바빴고, 그 사이 자사몰 리뉴얼 작업을 도맡아 하느라 새벽 부터 밤 까지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다. 이제 곧 50 중반 접어드는데, 손주들 있는 친구도 하나 둘 생겨가는데, ‘이 나이에도 이렇게 일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 정도였다.

계획했던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오랜만에 노트북에게도 휴식을 준 채 방콕으로 왔다.
애초에는 치앙라이 커피 농장을 가려고 했으나, 농장 주인이 방콕으로 오겠단다. 농장은 비 좀 덜 오는 1월에 가보기로…

휴가왔다 생각하고 온 방콕의 10월은 물씬 여름이다. 아직 우기라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소나기의 기세도 대단하다. 동남아 스러운 구름과 잠시 차창을 내리면 느껴지는 열기에서 방콕에 온 것을 실감하며 숙소로 향한다.

여장을 풀고 바로 숙소 근처 팟타이 식당으로 향한다. 그 흔한 에어컨 하나 없는 그야말로 로컬 식당이다.

창맥주
캬~시원하다. 돌이켜보니 지난번 수원에서 마셨던 술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엥? 석달을 술을 안마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알콜 공백. 내 스스로에게 토닥 토닥. 진짜 열심히 일했네…

완전 오픈 된 작은 주방에서 땀을 쏟으며 음식을 준비한다.

식당이 위치한 골목길. 로컬 중에서도 상로컬이다.

팟타이와 파인애플 볶음밥.
2인분?
아니다 나 혼자 다 먹으려고 시켰다. 11시 40분 비행기 시간에 맞춰 5시에 일어나 오랜만에 전철로 이동했더니 허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저가항공은 밥도 안 주는걸 상상도 못했다.

팟타이.
허기도 한 몫 했겠지만, 50년 동안 먹어봤던 팟타이 중 최고다! 100바트에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애피타이저로 팟타이를 먹고 볶음밥까지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이렇게 맛 있어도 되는건지…
맥주까지 다해서 220바트(대략 9천원). 아아 이래서 방콕 방콕 하는구나…
카메라 두대에 18-120, 27.2 그리고 라오와 10mm 이렇게 세개의 렌즈에 소소한 옷가지 넣은 배낭 하나 메고 온 방콕. 20대 부터 비슷한 여행 패턴인걸 보니 ‘아직 청춘인가?’
청춘의 시작은 여행이다.
H2, 빌트록스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