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Francisco 셋째날

샌프란시스코의 Farmers Market 은 여러 곳에 장이 들어서지만 장소마다 요일이 정해져있다. Ferry Building 의 Farmers Market 은 주말에 열리는 걸 보니, 볼 만한게 많을 것 같다. 발렌타인 데이를 밤 늦게 까지 즐겼는지 간혹 쓰레기들이 보이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주말 아침은 대체로 평온하다.

숙소에서 Ferry Building 까지는 걸어서 20분 남짓 대략 2.3km 정도 Suttter St 를 쭈욱 따라 내려 걸으면 나온다. 만약 반대 방향에 위치해 있었다면 걸어서는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의 오르막 길이다. 맑은 하늘과 따사로운 햇볕이 주말의 다운타운과 부둣가를 빛 내고 있다.

각종 농산물, 과일, 꽃, 공예품 그리고 먹을거리들을 파는 간이 상점들이 깔끔하게 자리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파머스마켓은 단순한 시골 장터 수준이 아닌 꽤 고퀄리티의 제품과 먹거리들을 경험 할 수 있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Signal Coffee 라는 간이 카페의 라떼 한잔이 6달러, 우리돈 8천원이 훌쩍 넘으니 저렴하다고 할 수 없다.

먹음직스러운 과테말라 엠파나다(Guatemala Empanada) 한개와 조금전에 보았던 Signal Coffee 의 라떼 한 잔 들고 햇살 가득한 부둣가 벤치에 자리를 잡는다.

라마르조꼬 에스프레소 머신에 나름 이쁘게 아트까지 쳐 준 맛 있는 라떼다. 11시 체크아웃 까지는 시간이 두시간 정도 남았기 때문에 딱 한군데만 가보자. 구불구불 언덕길을 예쁘게 치장한 롬바르드 길. 이 곳 까지는 Cabel Car 외에는 마땅한 교통편이 없기에 또 한번 시내 구경 겸 타 본다. 일반 대중 교통 요금이 3불 수준이라면, 케이블카는 8불이다. 한량 짜리 열차에 승무원 2명이 앞 뒤로 핸들과 브레이크를 조정하는 클래식한 기차라 이동수단 보다는 관광기차에 가깝다. 그래도 시내 이모저모를 오픈된 좌석에서 볼 수 있으니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든다.

요렇게 구불구불 화단을 좌우로 하고 차량들이 일방 통행하는 길이다. 물론 보행자들을 위한 계단식 인도도 잘 꾸며져 있다.

체크 아웃을 하기 위해 숙소 교통편을 찾아보니 뭔가 마땅치 않다. 전동 스쿠터인 Lime 을 탈까 Uber 를 부를까 망설이다 무인택시인 Waymo 가격이 9불 밖에 하지 않아 처음으로 불러 본다. 얼마전에 LA 지인이 불러 함께 타본 적은 있는데, 혼자 부르는 건 처음이다. 이런 플랫폼들이 낯설지 않은걸 보니, 이제 미국에 좀 적응이 된 것 같다.

차 안에는 나 혼자. 운전기사 없이도 알아서 잘 다닌다. 설 때 서고, 비보호 좌회전도 척척하고 또 좁은 길도 잘 빠져나간다. 기특하다. 흔히 기사에게 팁을 주지만 Waymo 는 팁을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한다. 보통 Uber 팁은 거의 안주는 편인데, 이 녀석에게는 흔쾌히 팁을 주고 내린다. 물론 APP 에서 말이다.

여장을 다 챙겨 공항으로 향하는 BART 탑승을 위해 걷는다. 길목에 나오는 Blue Bottle 에서 이번 샌프란시스코 여행에서의 마지막 커피 한 잔 주문한다. 목 마르던 참에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꿀 맛 이다. 기본적으로 커피 잘 하는 집 인데다가, 바리스타들 모두 친절하니 기분 좋게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마치고 LA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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