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Francisco 첫째날

LA 공항은 이른 아침 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몇 일전 부터 뉴스에는 2월 12일 부터 2월 15일 까지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많은 비와 강풍, 심지어 홍수를 주의 하라는 예보가 계속 첫머리로 나오고 있다. 1년 강우량이 300-400mm 수준인 이 지역에 하루 50mm 이상의 비가 내린다고 하니 그럴만 하다. 우리야 뭐 100mm 비가 사나흘 연신 내려도 일상처럼 그러려니 하지만 사막에 세워진 이 도시에서는 특별하고 이례적인 일이겠다 싶다.

Sprint 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LLC인 Frontier 항공은 처음 이용해 본다. 이틀전에 급하게 끊기도 했지만, LA 공항 오전 8시반 출발 / 샌프란시스코 공항 낮 4시 출발의 황금 일정이라 항공사 상관없이 발권을 했다. 원래 8시반 출발이지만 약 1시간 반 정도 지연되어 10시 넘어 출발한다. 한국에서 LA로 출발할때도 비행편이 지연 되었는데, 두번 연속 지연이다. 아니다 세번 연속 지연이다. 한국 귀국편은 일찌감치 지연이 예고 되어서 29시간이나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덕분에 몇 일 휴가 가려고 했던 필리핀은 마음만 보내야 겠다.

Pinecrest Diner,

구글맵에 미리 저장해놓은 샌프란시스코 식당. SFO 공항에서 BART 를 타고 Powell St 역에 내려 호텔 까지 걸어오는 동선에 있는 식당이다. 샌프란시스코 첫 여정이 버거? 그것도 생일날 첫 끼인데?

미국 오면 버거를 많이 먹을 것 같지만, 너무 흔해서 그런지 거의 먹을 일이 없다. 그냥 좋아하는 것 먹자 싶었고, 숙소 까지의 경로 중간에 있는 맛 집이라 들렀다. 주문한 아보카드 베이컨 버거는 패티가 너무너무 훌륭했다. 이 정도면 백종원이나 고든 램지도 인정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패티의 굽는 정도를 미리 물어 보는 것 보니 뭐 이 정도면 누가 맛 봐도 평균 이상은 나올 법 하다.

종일 퍼붓는 비와 제법 강한 바람에 6-7kg 정도되는 배낭을 지고 15분 정도 거리의 호텔을 걸어가는게 고되다. BART Powell St 역에서 숙소까지는 계속 오르막길. 로스앤젤레스, 뉴욕, 애틀란타, 샌디에이고는 대부분 완만한 동네였는데, 샌프란시스코는 흡사 언덕 많은 부산 같다.

대충 여장을 풀고 가보고 싶은 곳들이 몰려 있는, PIER39 로 향한다. 대중 교통이 잘 되어있어서 버스 한번 타고 15분 정도면 도착했다. 기라델리, 파타고니아 매장 가볍게 둘러보고 부두로 내려가 본다. 파타고니아는 겨울 상품 50% 할인 중인데 조금 더 고민해보고 내일이던 모레던 사봐야겠다. 지금은 지쳐서 쇼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른데서는 볼 수 없는 부둣가의 잘 정돈된 상가들과 항구들이 나타난다. 비바람이 아쉽지만 이 것도 진풍경이라 생각하면 또 여행이 즐거워진다.

Alcataraz 섬 한가운데 예전에 교도소로 사용됐을 법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Golden Gate 도 선명하게 보였을텐데, 오늘은 실루엣 정도 보인다. 뭐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으니 아쉬움은 빨리 접자. Alcataraz 섬의 교도소는 알카포네 등 전설적인 범죄자들을 수용했던 그 시절 최고 보안 등급의 교도소다. 왠만한 수영 실력이 아니고서는 헤엄쳐서 육지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바다색도 검다.

샌디에이고에서 보았던 바다사자들이 PIER39 부두에서도 무리 지어 있다.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이 비바람에도 관광객들이 제법 있다. Boudin 이라는 빵집을 비롯해 몇몇 식당을 저녁 먹을 곳으로 점 찍어 놓았는데, 이상하게 허기가 없다. 따뜻한 Cortado 한 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Cafe 를 찾아 본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Boudin 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Peets Coffee 는 풀오토머신을 사용하고 스타벅스는 라마르조꼬를 사용해 추출 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스벅으로 향한다.

Oat 밀크에 브라운슈가 그리고 에스프레소 3샷의 레시피로 만든 Cortado 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고소하고 살짝 달달하고 커피 맛도 좋다. 분위기 좋은 여행지에서의 커피는 일단 기본 점수 70점 정도 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저녁의 샌프란시스코 스트릿 풍경은 그냥 운치 그대로다. 빛이 좋은 날 걷다보면 정말 사진 찍을 곳 천지겠구나 싶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와는 전혀 다른 도시 분위기다. 이 곳에 오기전 샌프란시스코에 절도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또 홈리스와 마약쟁이들도 많다고 해서 살짝 걱정을 했는데,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워낙 많은 홈리스와 펜타닐 중독자들을 봐와서 아무렇지도 않다. 뭐 이정도면 거기가 거기 수준이다. 오히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스키드로우가 훨씬 위험해보인다. 거긴 강력범죄도 끊이지 않는 곳 이니…

공교롭게 2023년, 2024년 두 해 모두 내 생일은 부다페스트에서 스테이크를 먹게 되었다. 올해는 부둣가 해산물 레스토랑을 가봐야겠다 생각했지만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나 보다. 부두에서는 너무 배가 불러 나중으로 미뤄놨더니 숙소 근처 도착하니 배고프기 시작한다. 허름한 중국 레스토랑의 메뉴 사진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더니 발걸음이 그냥 그곳으로 향한다.

15불짜리 차우멘과 칭따오 맥주.
평범한 맛 이었지만, 이렇게 멋진 도시에서의 첫 저녁 식사라 생각하니 100불 넘는 스테이크 썰어먹듯 이런저런 생각하며 천천히 음미하며 먹게 된다. 일상처럼 평범한 것도 이렇게 자연스레 의미가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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